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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파파™/소확덕

TAGHeuer LINK(태그호이어 링크) Automatic Senna LIMITED Edition - CT5114.BA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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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반사 사파이어 글래스

ETA Valjoux 7750 Chronograph 무브먼트 탑재

 

요즘에는 손목시계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졌습니다. 각 기지국으로 부터 정확한 시보를 수신받는 휴대전화가 필요할 때 손목시계의 역활을 대신 해주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디지틀 기술이 전 세계를 휘어잡고 있는 21세기에도 오래된 기계식 시계기술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계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로렉스(ROLEX)나 오메가(OMEGA)정도의 시계 브랜드는 인지하고 계실 정도로 기계식 시계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 속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런칭한 mono(物) 카테고리의 첫 번째 아이템으로 손목시계를 선택한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 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랑스의 패션 기업인 루이비똥 그룹에 속해 있는 스위스의 손목시계 브랜드 테그 호이어(TAGHeuer)는 손목시계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관심을 가져 봤음 직한 라인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테그 호이어라는 브랜드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였습니다. 정확히는 TAG그룹과 합병되기 전인 오리지널 스위스 브랜드 호이어(HEUER)의 시계를 알게 된 것이지요. 1988년 OVA로 발매되어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께 사랑 받고 있는 GAINAX의 6부작 애니메이션 <톱을 노려라!(トップをねらえ!)>에서는 긴박한 상황이 닥칠 때 마다 1/100초의 시보 카운터가 미친 듯이 요동치는 손목시계의 타코메타 화면을 보여주는데 이 때 등장한 타코메타가 바로 호이어사의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호이어가 <톱을 노려라!>의 공식 스폰서 였는지 아니면 감독이나 설정을 담당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호이어의 시계를 선호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인상적인 장면에 사용된 호이어의 타코메타는 나의 기억 속에 지울 수 없는 이미지를 만들어 버렸지요.
(c)1988, 庵野秀明 / GAINAX / トップをねらえ!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테그 호이어의 전신인 호이어는 기계식 스톱워치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수백만원대의 손목시계를 팔뚝에 올린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기에 그저 하나의 PPL(Product PLacement:영화 속 간접광고)로 생각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테그 호이어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이 벌어 졌습니다. 월드컵의 열기가 전국을 강타하던 2002년 TV용 영화를 극장용으로 리메이크한 영화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를 본 것이 그 계기가 된 것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암살자 "제이슨 본(맷 데이먼 분)"이 스위스 금고에 보관된 개인 용품을 찾아 착용하는 장면에서 갈매기모양의 Y자 스틸 브레이슬릿이 찰랑 거리는 테그 호이어사의 링크 모델 CT1111.BA0550(오른쪽 사진)를 손목에 거는 모습이 눈에 잡힌 것이지요. 동양 무술이 혼합된 격렬한 격투기 장면이나 아찔 한 액션 장면에서도 항상 맷 데이먼의 손목에는 테그 호이어 링크 CT1111.BA0550이 걸려 있었습니다. 청바지에 니트 셔츠, 허름한 차림에 번뜩이는 링크는 그 동안 잠자고 있는 나의 시계욕에 불을 지르고 만 것이지요. 까르띠에나 불가리 같이 보석으로 치장된 디자인 시계는 그에 걸맞는 명품 정장에나 잘 어울릴 것 같았지만 강한 남성의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테그 호이어 링크는 값싸고 편한 캐쥬얼에도 잘 어울린다는 나름대로의 결론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테그 호이어 링크가 초절정 갑부들이나 소유할 수 있는 수척~억대의 명품시계는 아니었을 지언정 나 같은 일개 회사원이 걸기에는 많이 부담 스러운 가격이었기에 불타오르는 욕망을 억누를 수 밖에 없었지요.

호이어가 테그 호이어로 바뀌고 루이비똥 그룹에 속한 후 로 시계 매니어분들에게 탐탁치 못한 시선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 호이어 시절의 자체 제작한 정교한 기계식 무브먼트를 등외시하고 손쉽에 ETA사의 무브먼트를 개량해 넣은 후 디자인만 그럴 듯 하게 만들어 소비자를 유혹한다는 이유에서 였지요. 하지만 디자인도 테그 호이어 링크 정도면 가볍게 넘겨 버리기 힘든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FujiFilm FinePix S1 Pro / AF Sigma Macro 105mm F1:2.8EX

테그 호이어는 몇개의 주력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이어 시절 부터 사랑 받았던 모나코, 몬자, 카레라의 클래식 레이서 라인과 저가형 F1 라인, 다이버용으로 출시된 아쿠아 레이서 라인, 80~90년대 예물 시계로 인기 있었던 엘레강스 콤비 그리고 테그 호이어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링크 시리즈가 그것인데, 링크의 경우 스틸 브레이슬릿이 Y자 모양으로 갈라진 2연식으로 다른 어떤 브랜드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유니크한 매력을 보여주지요. 테그 호이어는 이 모양의 브레이슬릿을 "링크(LINK)"라고 부르기 때문에 시계의 이름이 링크가 된 것이고요. 특히 링크 매니어들에게는 2003년 이전 발매된 톱니 바퀴 모양의 베젤 CT511X 라인과 BA0550 브레이슬릿의 조합을 최고로 치는데 BA0550 링크의 굴곡과 스틸 베젤의 디자인이 상당히 근육질로 보이기 때문에 강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04년 이후에 CT511X라인의 디자인이 변경되어 톱니 모양의 베젤이 없어져 지금은 조금 더 날렵하게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테그 호이어 링크의 매력은 역시 울퉁 불퉁한 근육질 몸매에 있는 것이 아닌 가 합니다.
FujiFilm FinePix S1 Pro / AF Sigma Macro 105mm F1:2.8EX

소개 드리는 테그 호이어 링크는 형식명 CT5114.BA0550로 블레이슬릿은 앞서 말씀드린 <본 아이덴티티>의 모델과 동일하고 톱니 베젤의 한정판입니다. 지난 1994년 F1레이싱 경기중 사고로 사망한 브라질의 레이서 "아일톤 세나(Ayrton Senna)"를 기리기 위한 에디션인데 모두 4,000개가 생산되었습니다. 테그 호이어나 오메가는 한정판을 너무 남발하기 때문에 한정판으로서의 가치가 제로에 가깝기는 하지만요. 기본적으로 오토메틱 방식이며 ETA(벨쥬)7750을 테그 호이어에서 수정한 Calibre 16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있습니다.(테그 호이어 클래식 카레라와 같은 무브먼트입니다.) 날짜 표시기능이 지원되고 60분/12시간 누적 적산계가 포함된 크로노그래프 / 타코 메타 기능을 지원하고요. 착용감은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손목에 찰랑거리는 BA0550 링크의 모습이 아주 인상 적입니다. 테그 호이어 링크는 좀 헐렁하게 끼는 것이 더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요즘 발매되는 신형과 디자인면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는 하지만 테그 호이어 링크의 매력을 만끽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모델인 듯 합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시계를 보고 결국 그 시계 속에 빠져버린 나는 PPL 전략의 대표적인 희생양이 아닌가 합니다. 이제 시계가 시간을 가르키는 도구가 아닌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 개성을 중시하는 패션이 되어버린 지금 결코 쉽게 생각 할 수 없는 그런 전략들 말입니다.